An unperfect day
안녕? 나 소미야. 오늘은 내가 특별한 주제로 이야기를 해볼까 하는데, 다름아닌 oo가 왕따를 당했던 일을 꺼내보려고 해. oo는 그때만 생각하면 아직도 많이 힘든 모양인지 얘기 자체를 꺼려하더라고. 하긴 내가 oo 입장이 되어서 생각해보면 어쩌면 당연한 걸지도 모르겠지. oo의 아픔이 얼마나 큰지 나한테는 와닿지도 않지만 얘기를 시작해볼게.
"안녕-. 오늘 전학 온 ooo라고 해.. 잘 부탁해."
oo는 지금도 그렇고, 그때도 그렇고 낯을 참 많이 가려. 아, 지금은 나랑 전정국 덕분에 그나마 좀 괜찮아진 것 같달까? 마음의 상처가 있는 애를 바꾸려고 하니깐 참 힘들었어. 물론 지금 oo의 겉으로 보이는 모습과 속이 같다고 할 순 없겠지만. 그래도 그때나 지금이나 친해지면 마음을 확 열어버리는 것도 여전하더라고.
oo가 전학온 지 얼마 안 되어서 김태연도 같은 반에 전학을 왔어. 이런 언급은 한번도 한 적이 없긴 한데, 김태연이랑 oo의 분위기가 묘하게 닮긴 했거든. 그건 나도 인정하고, oo도 인정하더라고. 반 아이들도 그걸 느꼈는 모양인지 신기하게 생각했더래. 그러다가 어느새 모르게 김태연과 oo의 비교 구도가 생겨버렸다고 하지 뭐야. 참 유치해, 그치?
"태연아, 그 다이어리 oo도 비슷한 거 쓰고 있던데. 진짜 예쁘다!"
"아, 진짜? ...아, 그거 oo가 나한테 알려달라고 했었는데, 따라서 샀나보다-."
김태연도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아. 열등감에 쩔어있었지. 이렇게 oo와 비교 구도가 생겨버리니 뭐든지 oo한테 이기고 싶은 마음이 들었나 봐. 정작 oo 본인은 아무 관심도 없었지만 말이야. 그리고 그 다이어리, oo의 어머니께서 나처럼 아기자기한 걸 좋아한다고 하셔서 소품샵에 자주 들리시는데 거기서 사오신 거더라구. 소문은 참 무서워. 만들어지는데는 몇 초 밖에 안 걸리는데, 그 몇 초만에 생긴 소문을 없애려고 하면 수많은 시간이 걸리잖아. 심지어 수많은 시간이 지나도 없어지지 않는 경우도 대다수고.
"oo야, 나 수업시간에 졸아버려서.. 혹시 필기한 거 좀 보여줄 수 있어?"
"응, 여기! 아, 맞다. 보라색으로 형광펜 해놓은 것들 중요하다고 선생님께서 말씀하셨어."
"고마워-."
아이템 뿐만 아니었어. 성적에서도 지고 싶지 않았나 봐. 솔직히 따지자면 oo가 공부를 월등하게 잘하는 건 아니야. 근데 얘가 하도 노력형에 가까워서, 노력도 배신을 하지 않는지 성적이 꽤 잘 나오는 편이었지. 그리고 oo가 본인은 하나도 안 꾸미면서, 본인과 관련된 것들은 아주 잘 꾸미거든? 노트도 마찬가지였어. 김태연은 그것마저 부러웠던 거지.
"oo야.. 어떡하지... 어제 도서관에서 네 노트 봤었는데, 도서관에 깜빡 놔두고 온 모양인지 집에 가보니까 없더라고.. 혹시 내일 줘도 될까?"
"아, 응! 괜찮아. 내일 줘."
뭐 여기까지는 김태연 말이 사실일 수도 있어. 근데 생각해보면 자기 물건들은 다 챙겼는데, oo 노트 하나를 굳이 빠뜨렸다는 것도 좀 웃기긴 해. 그래도 아예 말이 안 되는 상황은 아니었지. 하지만 내일이 되어도 김태연은 oo에게 노트를 주지 않았어. 심지어 그땐 시험기간이었는데 말이야. 하지만 oo는 시험 보다도 우정을 더 중요하게 생각해서 시험이 끝나도록 노트를 주지 않는 김태연을 크게 원망하지는 않았어, 바보 같이.
덕분에 oo는 김태연이 주지 않은 노트의 그 과목은 보란 듯이 망쳐버렸어. 하지만 공부를 안한 자기 잘못이라 생각하고 자극을 받았지. 이제 슬슬 김태연은 반 친구들한테 이간질을 시작했어. oo와 김태연이 분위기가 참 닮았다고 했잖아? 근데 성격은 두 사람이 정반대였어. 김태연은 여러 친구들을 사귀는 걸 좋아했지만, oo는 한 사람이라도 괜찮으니 깊게 사귀자는 주의였거든.
사람은 참 간사한 것 같아. 본인이 직접 보지도 않은 걸, 곧이곧대로 믿어버리잖아? 사실 김태연이 반 애들한테 무슨 말을 하고 다녔는 지는 잘 몰라, 나도. 하지만 대충 예상은 가지? 어떤 말을 하고 다녔을 지. 덕분에 oo는 천천히 주위 사람들을 잃어가기 시작했어. 처음에는 소수의 몇명만 그러다가, 나중이 되니까 남들이 피한다는 이유로 그냥 별다른 이유도 없이 oo를 피하는 일이 잦아졌지.
"..."
oo는 나랑 먼저 알게 됐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사실 먼저 oo를 본 사람은 내가 아니라 정국이었어. 급식실 가는 게 무섭다고 점심시간이나 석식시간에 맨날 학교 맨 윗층인 5층에서 옥상으로 올라가는 계단들 사이에 쭈그러 앉아있는게 걔 일상이었거든. 정국이가 나한테 말해주더라. 밥 다 먹고 축구하러 운동장에 가려고 했는데, 점심시간에 담임 선생님께서 부르신 게 생각나서 후다닥 계단으로 올라가는데, 걔가 귀가 하도 밝아서 그런가 뭔가 흐느끼는 소리가 들렸다는 거야. 그래서 순간 귀신인 줄 알고 짜릿해진 마음에 (전정국이 워낙 무서운 걸 좋아하거든..) 생각없이 5층에서 옥상으로 올라가는 계단을 올라가는데 그때 딱 oo랑 마주친 거야.
"..아, 미안.. 나 귀신인 줄 알고."
oo는 그때 울고 있느라 앞에 있는 애가 누군 지도 모르고, 그냥 목소리를 듣고 남자였다는 거만 기억났대. 물론 전정국은 멀뚱히 앞에서 oo를 봤으니 얘 얼굴을 다 기억하고 있는 거고. 지금은 일부러 그 얘기를 꺼내진 않아. 정국이가, 나 너 운 거 봤다, 이렇게 얘기해버리면 그때 마주친 학생이 정국이라는 걸 알고 oo가 혹시 창피해 할 수도 있잖아? 이자식, 이럴 때보면 멋쟁이라니까.
"울고 있었다고? 누가?"
"여자 애."
"헐... 야, 우리 학교에 여자 애라고 말하면 그게 누군데? 우리 반이야?"
"몇 반인지 몰라. 아, 근데 처음 보는 것 같던데."
워낙 나는 내 사람이 아니면 남한테 관심이 없는 터라, 당연히 이때의 oo한테도 관심이 없었었어. 집에 와서 정국이가 나한테 무심하게 얘기하더라고. 오늘 학교에서 우는 여자 애 봤다고. 근데 학교에서 애들이 우는 경우는 꽤 있으니까 별 일 아니지 않을까 했는데, 얘가 하는 말이 뭔 줄 알아?
"너무 슬퍼보였어. 네가 가서 같이 놀아줘."
"...야, 누군지 알아야 내가 놀아주던가 말던가 하지."
그래도 점심시간, 석식시간에 그쪽 계단에 앉아있었다고 하니까 혹시 가면 또 있지 않을까 싶어서 전정국을 데리고 몰래 며칠동안 점심, 석식시간마다 거길 찾아갔거든? 근데 없었어. 누군가랑 마주쳤다는 사실이 좋지 않았나 봐. 허탈한 마음에 그냥 반으로 돌아가자 라 말하고 우리반으로 걸어가는데, 옆에 전정국이 없는 거야. 그래서 뭐하나 싶어서 얘가 있는 쪽으로 걸어가니 어느 반 앞에 딱 붙어서는 문을 통해서 안을 보고 있는 거야.
"뭐해?"
"쟤야."
정국이가 말하는 애를 보기 위해 나도 문을 통해서 보는데, oo는 그때 창 밖을 바라본 채로 눈을 세게 닦고 있었어. 덕분에 교복 와이셔츠에는 진한 눈물자국이 생겼고 그 이후로 고개를 푹 숙였지. 정국이가 너무 슬퍼보였다고 한 말이 공감되는 순간이었어.
그 이후로 어떻게 됐냐고? oo가 부담스러워 할 것 같았지만, 나는 무작정 oo한테 들이댔어. 그냥 혼자 울고 있는 그 모습을 더는 보기 싫었거든. 솔직히 oo랑 친해질 수 있게 된 것도 우연히 울고 있는 oo를 발견한 정국이 덕분이었지.
***
#. oo 피셜 - 정국과의 첫 만남 -
"전정국!"
"어."
"아침에 초코바 안 가져갔더라."
"아, 땡큐."
소미랑 알게 됐는 지는 얼마 안되었지만, 급속도로 친해질 수 있었다. 솔직히 이전에 상처 받은 것들 때문에 내가 이 관계를 감당할 수 있을까 싶어서 그냥 아예 포기하려고 생각은 했었지만, 계속해서 나에게 다가오는 소미의 적극적인 행동에 한번 더 믿어도 되지 않을까 하는 나도 모르는 신뢰감이 생겨버려서 그냥 자연스럽게 친해졌던 것 같다.
소미랑은 다른 반이여서 쉬는 시간에 만나서 팔짱을 낀 채로 이런저런 얘기를 하는데, 갑자기 소미가, 잠깐만- 하고 싱긋 웃더니 아침에 나한테 준 거랑 똑같은 초코바 하나를 꺼내서 어떤 남자 애한테 그걸 던져주었다. 그냥 아는 친구인가보다 싶기도 한데, 그러기엔 소미의 말이 뭔가 신경이 쓰였지만 내가 신경 쓸 일은 아닌 것 같아서 궁금하지만 가만히 있었다.
"내 쌍둥이 오빠야."
"정말? 우와, 쌍둥이 신기하다. 가까이에서 보니까 뭔가 닮은 것 같, 아! 미안.. 너무 쳐다봤네..."
쌍둥이 오빠라는 소미의 말을 듣고, 나도 모르게 신기해서 앞에 있는 소미의 쌍둥이 오빠를 뚫어져라 올려다보는데, 갑자기 마주친 시선이 신경쓰여 바로 고개를 푹 내렸다. ooo, 뭐하는 거야...! 쪽팔려 진짜... 하지만 위에서는 작은 웃음 소리가 들렸다.
"더 쳐다봐도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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